(고뉴스=김성덕 기자)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부모의 이혼으로 홀로 지내다 기르던 개에게 물려 숨진 권 모군(9)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데 이어, 17일에는 화가가 꿈인 꽃다운 중학생(14)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숨진 중학생 또한 부모의 이혼으로 누나와 단 둘이 생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방치되는 아동 계속 늘어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모 이혼으로 매년 1천명 정도의 아동이 고아가 돼 아동보호시설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입소 아동은 매년 늘어 2001년 993명에서 지난해 1천명을 넘어섰다.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하는 아동들은 부모 중 어느 한쪽도 돌보기를 포기한 경우다. 이렇게 아동시설로 입소하는 아이들 외에 숨진 권 군이나 14살 중학생처럼 거의 홀로 지내는 아이들의 숫자는 통계조차 잡혀있지 않다.
여성민우회 양이현경 씨는 “이혼으로 내팽개쳐지는 아이들은 국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며 “구청 사회복지과나 아이들을 맡고 있는 담임선생님 등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주변 어른들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혼과 아동자살의 관계
이혼으로 인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아동심리전문가인 김연 박사는 “아이들은 캄캄해지는 저녁때가 되면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본능이 있다”며 “그런데 막상 집안에 들어서면 반겨주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아동이 느끼는 삭막함과 쓸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의 마음을 매우 불안하게 하고, 이것은 경제적으로 아동들을 곤경에 빠뜨릴 뿐 아니라 심리적 자신감을 위축시켜 사회활동을 하는데도 큰 장애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방치된 아이들의 상당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이러한 우울증이 결국 아동의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혼하기 전에 한번더 생각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혼숙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혼숙려제란 법원이 이혼 판결을 내리기 전 서로에게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제도. 이 제도는 지난 3월부터 서울가정법원을 중심으로 시범 실시됐고, 실제로 조사결과 이혼숙려제로 인해 이혼이 줄어들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16일 이혼숙려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이혼절차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신중치 못한 이혼을 막기 위해 숙려기간을 두면 무분별한 가정해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사회·경제적 비용도 절감돼 국가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이 법안의 도입취지를 설명했다.
[사진설명-이혼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KBS 인기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일간스포츠 05.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