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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결혼 25주년에

에스더2381 2010. 6. 18. 10:18

결혼 1주년은 지혼식이라하고, 종이제품으로 된 선물을 나누고,

2주년 호혼식 쑥제품

3주년 과혼식 과일제품

4주년 혁혼식 가죽제품

5주년 목혼식 나무제품

6주년 철혼식 철제품

7주년 화혼식 꽃

8주년 청동혼식 청동제품

10주년 주동혼식 다이아몬드, 알미늄

12주년 마 노

13주년 문스톤

14주년 이끼마노

15주년 수정혼식 크리스탈

16주년 토파즈

17주년 자수정

18주년 석류석

20주년 도자기혼식 도자기

23주년 사파이어

25주년 은혼식 은으로 된 보석류를 선물하고,

26주년 청색 사파이어
30주년 진주혼식 진주
35주년 산호비취혼식 산호, 비취
40주년 루비혼식 루비
45주년 사파이어혼식 사파이어

50주년 금혼식 금

55주년 에메럴드혼식 에메럴드

60주년 다이아몬드혼식 다이아몬드 ....

결혼 25주년을 은혼식이라 하고. 은(銀)을 기념보석이라고 선물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참... 나의 결혼 25주년,,,

그냥 어떻게 살아온 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 버렸다.

 
결혼전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던 때,

못 생기고 키도 작고 돈도 없는 것이, 키도 크고 이쁘고 착하고 마음씨 여린 한 처녀한테

정말 많이 애먹이고 속썩이고 배려없는 짓으로

몇 번이나 눈물 흘리게 했었는지, 그 기억은 내 편하게 잊고 살아왔었다.

 
오늘 설합 정리를 하다, 구구절절이 안타깝고 애틋한 그 시절 연애편지를 뒤적거리다보면

이건 쥐뿔도 없는 남자의 자존심이나 존재감도 없이

어떻게 그토록 나를 사랑하는 여자를 챙기지 못했던가하는 자책감이 몸서리 칠 정도지만

얇아진 기억력과 시대적 난청 덕분에 늘 내 소리만 크게하고 살아 온 것 같다.

 
1984년 10월 7일 대구예식장에서 흑백사진같은 결혼식을 치렀다는 것일 뿐

처녀시절 애 먹인 것도 모자라, 결혼 후 신혼 초부터 마음고생, 몸고생 무지 겪고

객지에서 혼자 애들 낳고 키우고... 수많은 이사로 퉁퉁부어 다닌 고생이지만

알뜰하게 살림을 일구면서도, 일일이 고생담을 말로 다 꺼내서 하지 않았던 덕분에,

나 자신은 바깥으로 지나치면서 편하게 지나온 시간이 되었고...

 
여자 팔자는 남자에게 달렸다는 그 때 그 시절 헌법대로 남편 한번 잘못 만나

25년 인생 반 평생을 고생으로 전철된 놀부 마누라 林成花 여사..

 
혹시 가정법원이라는 곳이 중간 평가를 해서 재판을 한다면 여측없는 무기징역감이지만

지금도 그냥 그냥 이해해주고 감싸주고 덮어주고 용서할 줄 아는 그 여인은

정녕 천사류나 선녀과인 것이 틀림없다.

 
그녀의 친구 표현으로도

'시공간을 초월하여 멀리서 다니며 불철주야 바쁜 네가 연구대상이면서도

또 한편 감탄, 감탄 할 뿐이다, 그저..

내가 아는 친구중에서 보석같은 친구가 있다는게 내 인생에 HAPPY한 것이고.."

 
정말 보석같은 여인이다. 그 보석에 또 무슨 보석으로 치장을 할 필요가 있으리요만...

 
깨알 같은 글씨로 두 권이 넘는 대학노트에 빼꼼히 써내려간 대하소설 같은 순애보를

맛이 간 돋보기 눈으로 시리게 밤세워 읽어보다가 ...

'동욱씨를 선택하게 해 주심을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는 귀절에서 전율을 느낀다.

내가 뭐길래.. 저토록 자신을 바쳐 사랑해 주었는지.. 지금 심정으로는 이해 난망 이다.

 
가슴터지고 속 터지는 연애(?)시절을 지나고,

속아서 했던 홀려서 했던지 25년이라는 세월만큼도 제대로 한번 편하게 해주지 못했던 이 역사는

결국 하느님께서 책임(?)을 지셔야할 것 같다.

창세기에 보면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시고

깊은 잠이 쏟아지게 하시어 그를 잠들게 하신 다음 아무런 마취도 하지 않고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고....

진정 그 분의 탓이지, 내가 사기쳐서 만들어 데리고 온 것은 아닐텐데...

 
(항상 곁에서 힘과 용기를 주는 고마운 당신,

우리의 소중한 결혼기념일을 맞아

변함없는 나의 사랑을 전하며

사랑, 건강, 행복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으로부터)

 
그동안 수차례 입에 발린 결혼기념일 축하카드와

꽃다발이나 케익으로 결혼기념일을 때우다가

올해가 마침 양손이 잘린 백수 은혼식이라...

그나마도 생략하고, 작은 롤케익 소포 하나와 꽃다발 전보로 때운다.

'같이 일하면서 왜 결혼 기념일에 혼자만 받아요?'라던 작년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혼자 일하는 아내의 신세가 미안함으로 가득찬다.

 

부디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용서하구려..

내년 내후년은 물론 50년 금혼식에는

내가 당신을 업고, 가고 싶은데로 다닐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보리다.

 
불경기 부도난 서점같이 공수표가 되더라도,

오늘 만큼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이렇게 말로 때운다.

 
부족한 내 때문에 결혼 전 심한 생채기를 앓고서도

결혼 4반세기 25년을 기꺼이 함께 살아 준 당신한테,

오늘 멀리서 감사의 큰 인사를 드리오.

 

 

그리고 이 축하연 자축 자리를 함께하는 선배님들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활달할 때, 각자의 반려자에게 전심전력을 다해서

나같이 후회와 용서를 비는 우(愚)를 범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비는 바이다.

물론 다들 잘하고 계시는 줄은 알지만..

혹시해서 뱀발 蛇足을 달아본다.

 
즐겁고 기뻐야되는 날,

200자 원고지 열장 반성문 쓰고 있는 내 처지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어김없이 주말에 나를 찾아올 사랑하는 아내에게

딱히 위로해줄 말이 없다.

 
하지만 '존경하옵는 선배'님들의 덧글로 위로 받고자한다.

 

정녕 은혼식... 위로받는 날인가?

출처 : 허브님의 하우스
글쓴이 : 대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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