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2381 2010. 3. 24. 18:10

국민일보에 연재되었었던 성경의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해 본 "김영진" <성서원 회장>님의 글을 옮겼습니다.

라합…타락의 땅에 핀 ‘믿음의 불꽃’  
여리고성은 가나안 땅을 대표하는 큰 도성 중의 하나였다. 그러므로 그에 어울릴 만큼 문화적인 혜택이나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고 발달한 지역일수록 타락하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역사의 실례이다. 이러한 도시의 기생이었다면 그의 사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라합은 자기 신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판단력이 예민했고 신앙심도 강했다. 더욱이 하나님 신앙이 그의 마음속에 지배적이었던 사실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그는 타락생활이나 단순한 방종으로 기생이 된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기생의 길에 들어선 것 같다.

라합의 마음속에는 어느 땐가는 이 길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갖고자 하는 의욕이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은 생활보다 그의 의식이 일생을 지배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판단할 때 현재의 생업이나 그 개인의 현실을 통해 평가하면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일생을 통해 여러 종류의 생업을 거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인생의 짧은 단면이 결코 그 인생의 전부일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의 현실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용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라합은 정탐꾼들과 약속할 때 자기 가족의 구원을 담보로 받아냈다. 이로 미루어봐서도 자기 가족의 형편이 열악하여 생계를 위해 기생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그의 훌륭한 뜻을 헤아려볼 수 있다.

여호수아 2장 9∼12절에 보면 “말하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아노라 우리가 너희를 심히 두려워하고 이 땅 백성이 다 너희 앞에 간담이 녹나니 이는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홍해 물을 마르게 하신 일과 너희가 요단 저편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에게 행한 일 곧 그들을 전멸시킨 일을 우리가 들었음이라 우리가 듣자 곧 마음이 녹았고 너희의 연고로 사람이 정신을 잃었나니 너희 하나님 여호와는 상천하지에 하나님이시니라 그러므로 청하노니 내가 너희를 선대하였은즉 너희도 내 아버지의 집을 선대하여 나의 부모와 남녀 형제와 무릇 그들에게 있는 모든 자를 살려주어 우리 생명을 죽는데서 건져내기로 이제 여호와로 맹세하고 내게 진실한 표를 내라”고 하였다.

이 본문 속에서 기생 라합의 훌륭한 신앙고백을 보게 된다.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것을 안다고 하였고 여호와는 홍해를 마르게 하시는 분이요,견고한 시혼과 옥과 같은 나라도 전멸시키는 하나님이라고 고백하였다. 또한 이 소식을 듣고 간담과 마음이 녹았고 정신을 잃었다고 소개하면서 여호와 하나님을 상천하지에 하나님이라고 고백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라합은 오랜 세월 신앙생활한 사람과 다름없는 분명한 하나님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나 영적 축복은 지역이나 혈통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허락되는 것을 기억하자. 라합은 전도를 받은 것도 아니고 복음을 들은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성경공부나 영성훈련을 받은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사건과 광야생활,요르단강 동쪽의 전쟁을 보고 마음속에 뿌리내린 신앙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님과 우리 사람 사이에 허락되는 은혜는 이렇게 개별적이라는 사실을 주목하자. 전도를 받고 복음을 들으며 하나님을 영접하는 고백을 거쳐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양육자를 통해서 신앙지도까지 받는다면 아주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인 과정을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되는 것은 아니다. 라합과 같이 전도자를 통해 복음을 들은 적이 없고 양육을 받은 적이 없어도 깨달음과 개인적인 신앙심으로 하나님을 영접하는 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성경을 보면 에녹이 그랬고 노아도 그랬으며 아브라함도 그랬고 모세도 그랬다. 하나님은 혈통이나 신분이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믿음을 갖고 하나님께 오는 자를 영접하시고 자녀로 삼으신다. 또 그에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은혜의 세계를 허락하신다.

이와 같이 개인적인 신앙만 있으면 하나님과의 교제는 편벽이 없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하나님과의 친교를 넓혀가자. 이것을 개인적인 영성 계발이라고 표현한다. 자생능력이 잘 갖추어진 영적인 사람이 되자. 하나님과의 교제나 하나님 체험이나 하나님과 연합하는 깊이까지 더 갖추어나가야 하겠다.

이런 영적 성장은 아무도 범할 수 없는 개인적인 영역이다. 이러한 축복을 경험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 전도는 할수록 좋고 꼭 필요한 사역이며 하나님이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나님은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이다(고전 1:21). 또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성경공부나 양육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기생 라합에게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갖고 있는 그 개인의 신앙과 종교심 그리고 영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생명을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집 옥상에 정탐꾼을 숨기는 일을 대담하게 실천할 수 있었다.

또 국적이나 종족종교나 전통까지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그의 결단은 대단했다. 목숨을 걸고 정탐꾼을 숨긴 사실이 그의 훌륭한 모습이다. 이것은 그의 현실과 상황을 앞지르는 의지적인 선택이었다. 개인과 가족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순간이었다. 자기 일생이나 현실까지도 포기해야만 하는 결정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많은 것이 아니라 몇 차례뿐이라는 것이다. 그 현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진다.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고 통곡하며 후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택의 착오가 이렇게 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바른 선택의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주 쉽고 단순하다. 언제나 믿음을 앞세우자. 또한 하나님편에 서야 한다. 더 나아가서 영감에 순종하자. 하나님이 우리편이 되어주신다.

라합은 두 정탐꾼에게 진실한 표를 받아냈다. 그것은 바로 붉은 밧줄이었다(수2:18). 붉은 밧줄을 창에 매고 그 집에 가족이 함께 있는 조건으로 맹세를 받아낸 것이다. 라합은 정신도 훌륭했고 믿음도 강했고 일 처리도 다부진 여자였다. 우리에게 항상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모든 일에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하고 분명히 하자. 모든 일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마무리를 잘못해 전체를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개인의 삶도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마무리를 잘못해서 평생 오점을 남기는 사람도 많다. 자기 종말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라합과 같이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자.


◇ 라합을 통해 얻는 교훈

라합이 가지고 있던 신앙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라합의 사생활이나 라합의 과거는 그의 신앙으로 다 묻혀졌다. 하나님은 현재의 신앙을 보시지 과거의 사생활을 기억하지 않으신다. 결국 라합은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보아스의 어머니가 되어 다윗과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되었다(마1:5). 라합과 같이 하나님께 인정받는 신앙의 사람이 되자.

라합의 집 창문에 매달린 붉은 밧줄은 그 가족들의 생명을 구해낸 징표가 되었다. 이 붉은 밧줄은 약속에 대한 증거물이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라합과 그 가족의 목숨이 걸려있는 그리고 라합의 공로를 기억하게 하는 밧줄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의 일생을 통해 우리의 수고나 우리의 공로가 담겨있는, 하나님께 내 놓을만한 붉은 밧줄이 있어야 하겠다.

이병돈(은평성결교회 담임목사)
출처 : 임마누엘 카페
글쓴이 : 루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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